| 웨하스의 의자 - 에쿠니 가오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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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과 헤어져야 마땅한지도 모르겠다. 요즘 문득 자신을 돌아보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나는 애인이 아닌 나마에게는 관심이 없지만, 애인과 살려 하면 갇혀버리고 만다.
늦은 오후, 나는 부엌에서 샌드위치를 만들고 있다. 당장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한 날씨다. 날씨가 나쁜 날, 혼자 부엌에 있으면 불안한 기분이 든다. 어렸을 대부터 그랬다. 샌드위치를 만들 때 나는 버터를 아주 듬뿍 바른다. 두툼하게 자른 햄을 끼고, 겨자를 얇게 바른다. 양상추는 넓지 않는다. 빵이 눅눅해지니까. 물을 잘 털어내면 괜찮잖아, 라고 애인은 말한다. 애인의 말이 아마도 옳으리라. 하지만 나는 양상추는 넣지 않는다. 잘라서 접시에 담아 그대로 먹는 편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홍차를 끓여, 홍차와 샌드위치를 들고 테라스로 나간다. 테라스는 복작복작 어질러져 있다. 문턱을 넘을 때, 나는 올리브 빈 병에 걸리지 않게 조심해야 했다. 애인과 먹었던 올리브. 테라스는 전망이 별로 좋지 않다. 도로와 자동차와 다른 집과 낮은 빌딩. 푸근한 공기는 벌써 물기를 품고 있다. 나는 어제의, 광기어린 섹스를 생각하고 있다. 애인의 손가락과 입술과 어깨와 허벅지와 장딴지를, 그의 피부가 지닌 냄새를. 그리고 베개 위에서 고개를 돌리고 눈을 감고 있는 애인의 멋진 턱선을. 우리는 때로 미친 듯이 섹스를 한다. 나는 애인을 만나기 전에는 자신의 몸이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것을 몰랐다. 그리고 산책을 했다. 깊은 밤, 공기가 맑고 시원했다. “언젠가 마조르카 섬에서 살게 되면.” 애인은 밤 그 자체 같은 부드럽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매일 이렇게 충족스럽겠지.” 그것은 행복한 말이었다. 우리는 손을 마주 잡고, 천천히 걷고 있었다. 나는 전에 애인이 얘기해준 마조르카 섬 얘기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 “충족스럽다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야.” 나는 말했다. 달콤한 목소리로 가장했지만, 오히려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왜 충족될 수 없는지 알 수 없었다. 왜 마조르카 섬에 가는 날이 오지 않는지 알 수 없었다. “물론.” 애인은 미소가 담기 목소리로 대답한다. “물론 나쁜 일이 아니지. 당신만 있으면 나는 충족되니까.” 이제 막다른 골목, 이라고 생각한다. 늘 여기까지 오고 만다. 나는 쿡쿡 소리내어 웃고는, 멈춰 선다. 애인도 따라서 멈춰 선다. 나는 애인의 목에 두 팔을 감았다. “알고 있어. 그러니까, 우리는 이미 충족돼 있다는 거.” 귓가에다 속삭이자, 애인도 조그맣게 웃었다. “옳은 말씀.” “그리고, 우리는 갇혀버렸어.” “옳은 말씀.” 밝은 명랑함이 짜증과 자리바꿈을 한다. “알고 있어.” 나는 다시 한 번 말하고, 또 쿡쿡 웃는다. 큰길로 나오자 애인은 택시를 잡아 타고 돌아가고, 나는 밤길에 홀로 남겨졌다. 홀가분하고 슬픈 기분으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테라스에는 지붕이 있어서, 나는 한참이나 그곳에 앉아 먼지 냄새 나는 빗방울이 테라스 난간과 테이블 끝에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있다. 오후 늦은 시간, 이것이 오늘 내가 먹는 첫 식사인데, 나는 샌드위치를 거의 남기고 만다. 따끈한 홍차가 목을 지나 싸늘한 몸에 담기는 것에 나는 안도한다. 애인과 헤어져야 마땅한지도 모르겠다. 아까부터 내내, 그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