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ial Experiment : 일단은 잡다한 글부터, 여유가 되면 실험적인 글을 쓸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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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작성일시 : 2006/08/19 23:29 | 분류 : Novel | 태그 :

 

#12


“안녕.”

기억은 나지 않는다. 누굴까, 누구일까. 계속 생각했다.

“도대체 누구인지 알 수 없다는 표정이네.”

그녀는 나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누구야?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나지 않아.”

“그러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누구인지 너는 알 수 없다는 거야.”

그녀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당연한 말을 하고 있다는 어조다.

“나는 너를 알고 있어. 네 이름, 네 가족, 네 학교 그리고 그 외에 많은 너에 대한 것을 알고 있어. 하지만 너는 나를 한번도 만난 적이 없으니까, 알 리가 없다는 거야.”

그녀는 목을 가다듬으며, 선생님이 학생에게 가르치듯 담담하면서도 건조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한마디로 나는 너를 알지만 너는 나를 알지 못한다는 거지.”

나는 울컥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어쨋다는 건데?”

그녀는 김밥을 하나 들어 먹었고, 다른 손에 든 음료수를 마셧다. 뭔가 참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한입한입 김밥을 씹어 먹는다.

“그럼, 이만 가볼까. 잘 있어.”

  #11 
작성일시 : 2006/08/18 12:36 | 분류 : Novel | 태그 :

#11


처음 그녀를 보았다.

어떻게 그녀는 그렇게 지낼 수 있을까, 생각하고 생각했으나 그 답을 찾지 못했다. 그건 나의 지식이 옅음은 물론이거니와 그녀가 나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집 근처의 편의점에서 그녀는 김밥을 사고 있었다.

나는 긴 시간 동안 컴퓨터를 하기 위해 돈을 다 써버렸다. 마지막 남은 돈으로 콜라를 사서 아끼면서 마시고 있었다. 그때 그녀는 나를 흘깃 쳐다보고는 비웃었다. 확실히 비웃었다는 느낌이 전해졌다. 나를 보는 순간 모든 나의 행동이 이해가 된다는 듯, 너는 어쩔 수 없는 녀석이 구나라고 하는 듯이 말이다.

나는 움츠려 들었다.

그녀의 자신만만한 태도에 처음 보는 사람이면서도 왠지 그녀에게는 복종해야 하는 느낌이다. 모든 나에 대한 것을 알고 있으며, 그리고 심지어는 내가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가르쳐 줄 수 있을 것 같은 사람. 그렇다. 그녀는 나의 스승이라는 사실을 문득 깨 닫았다.

저기에서 그녀가 돌아온다. 나는 움츠려든 어깨를 펼 엄두를 내지 못하고 내 옆에 서서 김밥의 비닐을 벗기고 있는 그녀를 살며시 쳐다본다.

“이거 드실래요?”

그녀는 몇 개의 김밥을 떼어 벗겨낸 비닐 위에 얹히고는 나에게 준다. 얼굴이 붉게 달아 올라와서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별말씀을, 배가 많이 고프셨나봐요.”

그녀는 웃었다. 웃음이 가시고 나자,

“오래간만이다. 이 근처에 사는 건 알고 있었는데, 직접 마주치기는 처음이네.”

친근하면서도 또렷한 어조로 그녀는 말했다.